Movies
라푼젤
감독 바이런 하워드,네이든 그레노 (2010 / 미국)
출연 맨디 무어,자카리 레비,도나 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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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국가와 회사에는 흥망성쇠가 있듯이, 디즈니에게도 쇠퇴기는 찾아왔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하던 만화동산도 있겠지만, 그래도 디즈니의 트레이드마크는 화려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인데 
타잔 이후의 작품에서 디즈니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당시 픽사에서 시작된 3d장편 애니메이션 붐이 일었기 때문에 혹자는 이것이 2d 애니메이션의 몰락이라고 말합니다만, 디즈니의 최신 작품들은 2d나 3d를 떠나서 썩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즉, 망한 작품들은 그다지 재미가 없어서 망한것이라 할 수 있겠죠.
한 스튜디오의 성공작은 다음 작품의 흥행을 부릅니다. 실패작은 그 반대의 효과를 낳죠. 디즈니가 당한 연속삼진은 그래도 근근히 안타를 쳐서 사정이 괜찮았던  디즈니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습 니다.

 디즈니하면 대부분 보수적인 가치관 아래 동화를 리메이크해서 대부분이 해피엔딩이고, 중간에 신나는 춤과 노래가 들어가는 뮤지컬씬이 꼭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립니다만, 최근 디즈니의 행보는 그와는 달랐습니다. 슈렉에서 통렬하게 풍자했듯이, 디즈니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낡았고 제작자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시도하면서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느라 갈팡질팡 했습니다. 시대가 감에따라 영상의 완성도는 올라갔지만 스토리텔링은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를 거듭했습니다.

 훌륭한 애니메이터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디즈니의 예에서 볼 때 풍부한 상상력과 세련된 스토리텔링 방식, 그것을 표현하는 표현력이 모두 갖춰져야 하는것 같습니다.
 라푼젤은 픽사를 일으킨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존 라세터가 참가한 두번째 디즈니 작품입니다. 
 디즈니가 픽사를 흡수하면서,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이 디즈니 내부로 대거 진출했습니다. 넥스트의 임원들이 애플을 장악한것을 떠올리시면 되겠군요. 그래서 상당히 픽사 냄새가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습니다.
기아차가 현대차고 현대차가 기아찬데, 그게그거 아니야? 하는 목소리가 있듯이, 픽사 애니메이터들이 진출해 3d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면 디즈니가 아니라 픽사 영화가 아니겠느냐. 저는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라푼젤은 픽사 영화가 아니라 디즈니 영화더군요. 그것도 심지어 30년대부터 시작되었던 전형적인 디즈니 영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90년대 이후 침체기를 벗어나려 여러가지 시도를 한 디즈니 영화가 아니라, 초원과 꽃밭과 성이 등장하고, 백인 공주가 등장하고, 신나는 뮤지컬과 동화가 나오고, 악역과 최후의 결투를 거친 끝에 주인공들은 해피엔딩을 맞습니다. 드림웍스의 슈렉에서 뒤집었던 그것입니다. 아주 고리타분하죠. 
(참고로 전 드림웍스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라푼젤은 디즈니 만화영화가 인기를 끈 이유중의 하나가 그 진부함에 있다는 것을 잘 캐치해냈습니다. 왕자 혹은 공주가 시련과 고난을 이겨낸 끝에  해피엔딩을 맞는다. 이야기의 큰 틀을 바꿀 필요는 없었습니다. 누구나 행복한 커플은 좋아하니까요. 중요한것은 세련되게 이야기를 끌고나가는것,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했던 얘기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라푼젤은 영리하게 몇가지 장치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남자주인공은 왕자가 아닌 도둑입니다. 공주는 청순가련형이나 억순이가 아니라 발랄한 사춘기 소녀 그 자체로, 굉장히 당돌한 면이 있는 소녀지요. 악역은 그저 악할 뿐이 아니라 나름의 사연이 있고 공주와는 꽤 복잡한 감정선으로 얽혀 있습니다. 왠지 슈렉 느낌이 나는 포스터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기존 디즈니 동화의 진부함이 아니라 신선한 느낌을 주는데 성공했습니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극적 재미, 그리고 감동까지 말입니다. 픽사의 기술력이 어우러져 굉장히 화려한 화면을  볼 수 있는것도 빼먹을 수 없겠지요.

결론을 말하자면 라푼젤은 디즈니의 첫 동화기반3d cg 애니메이션이라는 신선함을 무기로,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딱 필요한만큼만 신선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것이 존 라세터의 역량일지, 디즈니의 역량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차기작이 기대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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