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긴 옷자락이 지금 대유행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금 긴 옷자락이 유행이다-

수천 번 씩이나 저주받았음에도

긴 옷자락은 뻔뻔스럽게도 지금 다시

최근의 잡지 속으로 기어들고 있다!

그리하여 이 유행이 없앨 수

없을 정도로 널리 퍼지면,

'엄한' 위생국도

격분할 수 밖에 없으리라.

이제 위생국이 관계하여,

무수히 많은 먼지를

우리가 꾹 참고 삼켜야 하는

이 고통을 급히 막아야 하리라.

.....

 

릴케의 초기 시입니다.

하지만 릴케의 유명세에 의해 이 시에서 무언가를 찾아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젠가 오스트리아 시인 호프만스탈은 릴케를 두고 '어찌 인간이 그러한 보잘것 없는 시작을 훌쩍 뛰어넘어 그토록 성장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이 시는 그 '보잘것 없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천재적인 시인들은 젊었을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문학적 역량을 과시하는데 비해, 릴케의 시작은 그렇지 못했으며, 그의 젊은날의 작품은 (그것이 정식 출판물임에도 불구하고) 보는바와 같이 보잘것 없습니다.

 

그러나 훗날 릴케의 기나긴 발전은 시대를 초월하여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한 현대예술 창시자들의 반열에 오르며, 독일 문학의 정점을 이루게 됩니다.

 그것이 타고난 재능의 뒤늦은 발현인지, 끝없는 채찍질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릴케의 선례에서 볼 수 있듯이 행여 지금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하더라도,

'젊은이여, 지금의 자신에게 결코 실망하지 말지어다.'

 

Rose, 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al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것도 아닌 잠이고픈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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